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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할 50년:한인 정치력 신장의 길] “10년 안에 한인 주지사 배출도 가능하다”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  “한인들 정계에서 선전하면 하와이 한인 주지사 나올수도”   ▶존 이 가주하원의원 후보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인타운은 지역적 기반 돼야”   ▶폴 서 팔로스버디스 시의원  “2세들의 높은 윤리 의식이 사회 참여로 이어지게 될 것”   시간이 지나 이민역사가 170년(50년 후)을 맞이하면 우리 한인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리더들이 어떤 꿈을 꾸며 어떤 활동을 해나갈까. 미국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갖게될까.     본지 창간 5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 50년을 이끌어갈 정치 신세대들에게 꿈과 희망을 물었다.     질문들에는 ‘한인 가주 주지사는 언제 나올까’.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을 배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른 커뮤니티와 경쟁하면서 도우며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가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등이 포함됐다.     향후 50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청년들에게 가장 크게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커뮤니티를 위해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지금의 정치력으로 보면 큰 도전일 수 있지만 50년, 아니 10년 안에 한인 주지사는 반드시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 분출됐다. ‘희망 사항’이 아닌 근거 있는 바람이다.     오는 11월 어바인의 최초 한인 여성 시장을 꿈꾸고 있는 태미 김 부시장은 “일단 향후 10년이 가장 유력하지 않나 싶다. 올해 11월 앤디 김 의원이 희망과 축포를 쏘아 올리고 실바이 루크 하와이 부지사가 4~8년 후에 나선다면 하와이발 최초 한인 주지사 승전보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지반 침하 사태로 바빠진 폴 서 랜초팔로스버디스 시의원도 한인 주지사를 ‘희망적’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했다.     서 의원은 “현재 청년층 2세들이 가진 윤리적인 잣대와 관리는 매우 높은 수준의 것이며 이는 70~80년대 미국에 온 1세들의 노력과 자세에서 전수된 것”이라며 “이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폭넓은 참여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 첫 한인 가주 주지사는 지금 고등학교에 재학중이지 않을까 상상한다”고 웃음지었다.   신진으로 가주 하원에 출마한 존 이 후보는 “향후 20년 안에 데이브 민 의원이 가주 주지사로 유력하다고 본다. 연방하원에서 활동하고 다시 돌아오면 연방 상원이나 주지사직에 충분히 도전할 수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후보는 “비근하게 지난 대선에서 중국계인 앤드루 양이 출마했을 때 그가 얻은 지지율을 내다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한 돌풍이 있었고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잠재력을 가진 것이 우리 아시안 커뮤니티이며 한인 사회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좋은 인물과 캠페인만큼 더 많은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과 투표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찬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직이 필요하며 조직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감당하기 위해서 청년 정치인들이 내세운 것은 ‘2세 역할론’이었다. 1세와 1.5세 선배들의 레거시(legacy)를 이어받아 실력있는 일꾼으로 커야하고, 이를 한인 사회 밖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태미 김 부시장은 “2세들이 크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양육에 나서야 한다. 더 많이 후보로 나서서 선출될 수 있도록, 더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해보니까 이 길은 매우 어려운 길이며 커뮤니티 차원의 투자가 없이 개인적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됐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들에 대한 지적에 2세 정치인들은 매우 적극적인 예까지 들며 전했다.     태미 김 부시장은 “아직은 우리끼리 싸우고 경쟁할만큼 한인사회가 커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과정에는 타인종 이웃들에게 존중과 예의를 지키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누구나 많이 출마하면 좋지만 지역과 도시마다 다른 이웃들도 정치적, 사회적 파워를 갖고 있으며 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은 우리가 더 성장하는데 더 큰 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런 것들이 큰 그림 아래 정리되지 않는다면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그는 한인 후보들을 상대로 뛰는 몇몇 타인종 민주당 후보들이 공식 지지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외부로 비쳐지는 내부분열의 모습이 좋지 않다는 철학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 서 의원도 “한인이라는 명함으로만은 해결되기 힘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같은 의견을 전했다.     LA 내 2세 정치 지망생들에게 주요 대화 소재 중 하나는 ‘리틀 도쿄’다. 한인타운도 그 진화의 끝에는 일본인들이 사라지고 이름만 남은 도쿄 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존 이 후보는 “한인들이 살 수 있는 타운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대 기업 자본에 밀려 잰트리피케이션이 자리를 잡았다”며 “경제 논리에 한인타운을 터전으로 지키지 못한다면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어 진다”고 진단했다.     지역적인 힘은 정치권에서 무시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다. 아무리 이름을 알려도 지역 기반이 없다면 원동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힘을 다져온 LA, 주거 공간으로 확대된 OC 등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힘을 쌓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태미 김 후보는 “아직 LA에서 축적된 힘을 OC에서 만들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부에나파크나 어바인, 풀러턴 등에서 관련된 성과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연방 의회까지 더 나아가 백악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멀리 보고 달리지만 발이 놓인 기반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앞으로의 50년 정치를 이어가고 지켜볼 신진 정치인들의 희망은 크고 깊다. 오늘도 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뛴다. 한인사회 모두가 이들을 끊임없이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한인 정치력 한인 주지사 우리 한인사회 한인 사회

2024-09-22

[문화산책] 미주이민 120년, 그 소중한 역사

1월13일은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일이었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이 중 86명이 입국했고, 16명은 긴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1905년까지 이민 배 65척에 실려 7200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이들이 우리의 이민선조들이다. 미주한인이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0주년이 무슨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 때 다양한 행사와 연구가 있었는데, 그 후 20년 동안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120년의 연륜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연륜의 무게에 힘입어 한인의 정계 진출은 크게 늘어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 각 분야의 질적인 면도 한층 충실해졌다. 문화·예술 쪽에서 주목받는 1.5세, 2세 작가도 크게 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바 K-컬처의 선봉장인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성장은 멈추었거나 내리막이다.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니, 양적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노령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새로운 이민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비해 자생력을 길렀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내적 충실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들을 진지하게 점검하여 자생력을 기르고, 연륜의 나이테를 밀도 있게 추스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수집, 정리하여 기록, 갈무리하는 노력 ▶정신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확립 ▶기초적 통계 자료의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역사 정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인(?)된 역사가 없다.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사들이 거의 유일한 역사 기록인 형편이다. 그나마 컴퓨터 덕에 자료의 갈무리나 검색이 크게 손쉬워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신문기사 묶음이 곧 역사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초 자료일 뿐이다. 이 자료들을 우리 나름의 역사관, 건전한 가치관, 시대정신으로 종합, 분석,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객관적 역사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몫이 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시간에 될 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시급한 것은 역사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널리 보여주는 기관, 즉 이민 박물관 같은 시설이다.     K-팝, 한국영화 등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인국민회 회관이나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전시실 등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유대계나 일본 커뮤니티의 예를 부러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이민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제법 거창한 이민박물관이 설립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우리 사회 전체가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해야 할 일인걸. 그것도 바로 지금!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이민 역사 역사 자료 역사 기록인 우리 한인사회

2023-01-18

[문화산책] 미주이민 120년, 그 소중한 역사

1월13일은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일이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이 중 86명이 입국했고, 16명은 긴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1905년까지 이민 배 65척에 실려 7200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이들이 우리의 이민선조들이다. 미주한인이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0주년이 무슨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 때 다양한 행사와 연구가 있었는데, 그 후 20년 동안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120년의 연륜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연륜의 무게에 힘입어 한인의 정계 진출은 크게 늘어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 각 분야의 질적인 면도 한층 충실해졌다. 문화·예술 쪽에서 주목받는 1.5세, 2세 작가도 크게 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바 K-컬처의 선봉장인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성장은 멈추었거나 내리막이다.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니, 양적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노령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새로운 이민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비해 자생력을 길렀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내적 충실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들을 진지하게 점검하여 자생력을 기르고, 연륜의 나이테를 밀도 있게 추스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수집, 정리하여 기록, 갈무리하는 노력 ▶정신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확립 ▶기초적 통계 자료의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역사 정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인(?)된 역사가 없다.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사들이 거의 유일한 역사 기록인 형편이다. 그나마 컴퓨터 덕에 자료의 갈무리나 검색이 크게 손쉬워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신문기사 묶음이 곧 역사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초 자료일 뿐이다. 이 자료들을 우리 나름의 역사관, 건전한 가치관, 시대정신으로 종합, 분석,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객관적 역사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몫이 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시간에 될 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시급한 것은 역사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널리 보여주는 기관, 즉 이민 박물관 같은 시설이다.     K-팝, 한국영화 등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인국민회 회관이나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전시실 등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유대계나 일본 커뮤니티의 예를 부러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이민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제법 거창한 이민박물관이 설립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우리 사회 전체가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해야 할 일인걸. 그것도 바로 지금!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이민 역사 역사 자료 역사 기록인 우리 한인사회

2023-01-12

[신년사] “한인사회 발전 동반자 역할 확대” 정병화 주뉴욕총영사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존경하는 동포 여러분과 가족 모두에게 보람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잇따른 출현으로 팬데믹이 지속되고, 이로 인한 방역지침, 고물가 및 물류대란으로 우리 동포들의 삶과 경제활동은 큰 고충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아시안 혐오범죄는 동포사회의 불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한인사회는 강한 유대감을 통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어 한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하였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더욱 단단해진 한인사회는 새해에도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미국 사회의 가장 모범적인 소수공동체로 발전을 거듭해 나가리라 확신합니다.     저희 총영사관은 한인사회 발전의 동반자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한편, 동포사회의 애로사항 해소에도 적극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저희 총영사관은 양질의 민원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강화를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민원처리 역량을 늘리고 민원인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올해 추진 예정인 민원실 확장 이전을 조기에 마무리하겠습니다.     금년 상반기로 예정된 뉴욕관광문화센터의 완공을 계기로 뉴욕이 명실상부한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한인사회는 물론 현지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문화 외교활동도 강화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코로나19 종식의 기쁜 소식을 고대하며, 동포 여러분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신년사 주뉴욕총영사 한인사회 한인사회 발전 정병화 주뉴욕총영사 우리 한인사회

2021-12-31

한인사회 길을 묻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동안 워싱턴 한인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한인사회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한인들의 삶의 축 역할을 했던 모든 것이 헝클어 졌다는 점이다.   세탁소를 하는 한인들은 가게를 헐값에 내놔야 했고, 잘 다니던 직장은 문을 닫거나 실직을 해야만 했다. 아이는 원격수업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결혼과 육아 계획이 틀어지고, 한국에 가고자했던 계획마저 미뤄졌다.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는 한인 이민자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류응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와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Q.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종교, 특히 한인사회에서 기독교가 지니는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한인 종교계 지도자로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한인들은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하나?     A.모든것들이 헝클어진 불확실한 시대에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불확실할때는 크고 막연한것을 계획하는것보다는 가장 확실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지금 할 수 있는 기본적인것들을 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로서의 위치 찾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며 너무 분주하다보니 자녀들과의 대화, 부부간의 소통도 소원했을 것이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로 모든것이 헝클어졌을때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을 풀어내는 시기이다.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적기가 이때이다. 내가 누구인지 가정, 직장, 일 사람관계에 멈춤이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쉼표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 지는 것같이 현재는 강제적으로 쉼표 찍는 삶을 강요당했지만 그 쉼표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시기에 가장 기본인 본질적으로 돌아가는것, 거기에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팬데믹 기간 쌀을 나눠주는 등 구제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목사님이 판단하시기에 팬데믹으로 인해 한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고통을 받는지 직접 목격하셨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있었나?   A.연령층에 따라 달랐다. 어르신들의 경우, 가뜩이나 노인 자체가 고독과 함께 삶을 걸어가는 인생인데 팬데믹 중에 집밖을 나오지 못 해 갇혀 지내는 쓸쓸함이 크셨을 것이다. 작게나마 그 아픔을 달래드리고자 시니어 음식 배달을 오랫동안 해 왔다.   학생들도 고독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젊은이들은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열정을 발산시켜야 하는데 그러질 못 하고 감금돼 있는 아이들을 위해 중고등부 청년부들에게 온라인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사역을 해 왔다.   비즈니스, 자영업을 하는 분들 중에는 팬데믹 기간중에 문을 닫아야하는 지경에 이르러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봐 왔다. 교인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렌트비는 내야하는데 영업은 할 수 없어 속절없이 애만 태우는 가정등 무수히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모두가 겪는아픔이지만 목사로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편지와 조그마한 선물로 사랑나눔을 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단 걸 안다. 함께 이겨내기위해 기도한다. 한인사회 어르신, 직장인, 아이들을 포함해 교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였다. 서부지역 한인교회도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지역 목회자들이 기도하는 것중 하나가 어느 교회도 팬데믹으로 인해 문 닫지 않도록 해달라고 외친다.       Q.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한인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신다면?     A.팬데믹이란 말이 나오면 모두가 “어렵다”, “고통스럽다”, “언제 끝나는가” 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소망이다. 광야길을 걷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광야가 주는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막막한 홍해 앞에 절망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체험한 것은, 홍해를 열어주는 하나님이었다. 광야 40년의 고통스러운 세월에 그들이 맛 본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였다.   신앙인은 어려움을 겪는 고난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누구이고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미신앙인에게도 고난은 잠시 멈춤의 시간으로 스스로를 되짚어보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겐 어려움을 딛고 반작용으로 일어나려는 위대한 민족정신이 있다. 팬데믹을 뚫고 한국사회, 한인 동포, 교회는 곧 일어날 것이다. 한인사회가 이런 기회에 옆을 돌아보는 따스한 사랑이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Q.조금 외람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절에 지금과 같은 펜데믹이 발생했다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주고 어떤 말씀을 나누셨을까?   A.예수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유사점이 있는것 같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로마의 압제 하에 있었다. 자유를 잃은 백성들은 시간이 되면 호구 조사를 해야했고, 로마에 세금을 바쳐야 했다. 로마 식민지 하에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고난받는 백성에게 천국에 대한 소망과 이 땅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이땅을 이겨내라고 말씀 하시지 않았을까 묵상해 본다. 그런가하면 땅 위에서도 가르쳐주신 최후 훈련은 사랑의 훈련이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다. 예수님은 소망이 없는 로마시대의 압제 속에도 오히려 사랑으로 돌아보는 삶의 공동체를 기대하셨다.   시대의 아픔을 듣고 눈물 흘리셨겠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침울한 얼굴이 아닌 밝은 얼굴로 ‘내가 너희들을 안다. 하지만 소망은 언제나 있다. 너희들은 하나님의 자녀이니 지금의 어둠을 뚫고 세상의 빛으로 살라’고 말씀 하셨을것 같다.       Q.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신도 규모를 놓고 볼때 그 어떤 한인단체보다 훨씬 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종교로서의 역할 외에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목사님이 지닌 계획이 있나?     A. 팬데믹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지금 더 특별한 과제는 한인사회가 웃을때까지 우리 곁에는 KCPC가 있다는 것을 한인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교회 담장, 울타리를 넘어 한인사회로 나아가 커뮤니티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자 는 ‘For 커뮤니티’를 강조했지만, 팬데믹을 통과하는 현재에는 ‘In 커뮤니티’, 공동체 속에 있는 교회임을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한인사회가 교회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커뮤니티 속에 함께 있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를 알고 채워주는 교회를 지향한다. 일례로 한인 복지 센터를 통해 사랑 나눔을 실천해 왔다. 또한 백신 프로젝트를 통해 3천여명(교인 포함)한인들과 팬데믹을 함께 했다. 특히 영어가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려움 겪고 있는 한인들의 상담 요청도 많았다. 일방 상담소가 있어도 교회에 요청해 오는 분들이 많았다. 노숙자 사역도 해오고 있다.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일반적 영역에서 한인 사회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든지 홀로 외로워 마시고 교회를 찾길 당부드린다. 신앙적 영역의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 우리를 발견할 때 가장 근본적 해결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Q. 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다른 소규모 미자립 개척교회를 많이 돕는 모습은 한인사회 칭송이 자자하고  다른 지역 한인 기독교계에도 귀감이 되고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이 사업을 하시는지?     A. 마땅히 평소에도 해야 할 일이다. 특별히 팬데믹 상황에서 기도하기를 한 교회라도 팬데믹으로 인해 문 닫는 교회가 없게 해 달라는 기도를 늘 한다. 교회 성장의 정의는 워싱턴 전지역 교회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 지역 신앙인들이 증가하는 것. 그것이 교회의 성장이다. 그런면에서 우리 교회 뿐 아니라 옆의 교회도 잘 세워지도록 돕는 것이 결국 하나님 나라의 성장이다. 교회 렌트비 지원과 목회자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문 닫은 교회는 없는 것으로 안다.           Q. PCA 한인 노회 차기 회장직에 선출되셨는데 계획이 있으시다면?   A. PCA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이 노회를 통해서 고향같은 따스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얻은 힘으로 목회를 효과적으로 행복하게 하셨으면 좋겠다. 그 일을 위해 산파 역할을 하겠다. 나아가 PCA교단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교단들도 함께 비상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목회자들이 함께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 그리고 목회를 공유하고 나누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Q. 한인1세와 2세 간의 갈등과 융화, 이런 문제는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한인교회에서도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목사님은 어떤 해결방안을 지니고 있나?   A. 1세가 해야할 일이 있고 2세가 해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1세는 2세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품어야 한다. 1세의 시각으로 2세를 보면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우리는 안 그랬는데” “고생해서 키웠는데” “한국사람이 왜 그래” 등은 1세의 편견이다.   1세는 끊임없이 어머니의 심정이 필요하다. 양보를 해야 할 사람은 1세.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2세들은 어차피 생각과 문화 정서가 다르다. 건너기 어려운 다리다. 그때 1세는 배려해야 한다. 아울러 2세는 1세를 향한 존중이 필요하다. 문화가 다르고 정서가 다른 것은 그저 ‘다른 것’ 뿐이지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1세가 ‘배려’라는 단어를 쓴다면 2세는 1세에게 ‘존중’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2세가 한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미국사람도 한국의 우수성을 칭송하고 배우려 하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시대인데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 2세는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덜 갖는것이 안타깝다.       Q. 한인 사회에 바라는점이 있다면?     A. 행복바이러스가 넘쳐 기쁨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특별히 하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교회가 앞장 서 한인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이 이 일을 주도했으면 한다. 언론의 사명은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또 중요한것은 언론으로 인해 읽는 사람의 마음이 날카로워지고, 차가워지고, 매서운 눈을 가지게 되면 인간사회가 무너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뉴스는 문제를 얘기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 있기 때문에 풀어주는것은 좋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다. 분쟁을 보도하는 것과 사람 마음을 조장하는것은 다른 문제다. 잘못하면 독재시대의 언론조작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언론이 따스한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주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사이 행복과 아름다운 미래, 그리고 소망이 있는 내일을 제시해 주는 기능에 언론이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한인사회 포스트 한인사회 어르신 서부지역 한인교회 우리 한인사회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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