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길을 묻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동안 워싱턴 한인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한인사회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한인들의 삶의 축 역할을 했던 모든 것이 헝클어 졌다는 점이다. 세탁소를 하는 한인들은 가게를 헐값에 내놔야 했고, 잘 다니던 직장은 문을 닫거나 실직을 해야만 했다. 아이는 원격수업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졌다. 결혼과 육아 계획이 틀어지고, 한국에 가고자했던 계획마저 미뤄졌다.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는 한인 이민자에게 위로를 전하기 위해 류응렬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와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Q. 모든 것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종교, 특히 한인사회에서 기독교가 지니는 역할은 지대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한인 종교계 지도자로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한인들은 과연 어떤 길을 가야 하나? A.모든것들이 헝클어진 불확실한 시대에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불확실할때는 크고 막연한것을 계획하는것보다는 가장 확실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지금 할 수 있는 기본적인것들을 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로서의 위치 찾기일 것이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며 너무 분주하다보니 자녀들과의 대화, 부부간의 소통도 소원했을 것이다. 한인사회도 마찬가지로 모든것이 헝클어졌을때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을 풀어내는 시기이다.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적기가 이때이다. 내가 누구인지 가정, 직장, 일 사람관계에 멈춤이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쉼표를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 지는 것같이 현재는 강제적으로 쉼표 찍는 삶을 강요당했지만 그 쉼표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시기에 가장 기본인 본질적으로 돌아가는것, 거기에서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면 답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Q.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팬데믹 기간 쌀을 나눠주는 등 구제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목사님이 판단하시기에 팬데믹으로 인해 한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고통을 받는지 직접 목격하셨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이 있었나? A.연령층에 따라 달랐다. 어르신들의 경우, 가뜩이나 노인 자체가 고독과 함께 삶을 걸어가는 인생인데 팬데믹 중에 집밖을 나오지 못 해 갇혀 지내는 쓸쓸함이 크셨을 것이다. 작게나마 그 아픔을 달래드리고자 시니어 음식 배달을 오랫동안 해 왔다. 학생들도 고독에 갇혀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젊은이들은 친구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열정을 발산시켜야 하는데 그러질 못 하고 감금돼 있는 아이들을 위해 중고등부 청년부들에게 온라인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사역을 해 왔다. 비즈니스, 자영업을 하는 분들 중에는 팬데믹 기간중에 문을 닫아야하는 지경에 이르러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봐 왔다. 교인중에는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다. 렌트비는 내야하는데 영업은 할 수 없어 속절없이 애만 태우는 가정등 무수히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모두가 겪는아픔이지만 목사로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 편지와 조그마한 선물로 사랑나눔을 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단 걸 안다. 함께 이겨내기위해 기도한다. 한인사회 어르신, 직장인, 아이들을 포함해 교회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였다. 서부지역 한인교회도 여러 곳이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지역 목회자들이 기도하는 것중 하나가 어느 교회도 팬데믹으로 인해 문 닫지 않도록 해달라고 외친다. Q.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한인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신다면? A.팬데믹이란 말이 나오면 모두가 “어렵다”, “고통스럽다”, “언제 끝나는가” 라는 말을 하는데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소망이다. 광야길을 걷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광야가 주는 의미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막막한 홍해 앞에 절망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체험한 것은, 홍해를 열어주는 하나님이었다. 광야 40년의 고통스러운 세월에 그들이 맛 본 것은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였다. 신앙인은 어려움을 겪는 고난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누구이고 내가 누구인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미신앙인에게도 고난은 잠시 멈춤의 시간으로 스스로를 되짚어보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겐 어려움을 딛고 반작용으로 일어나려는 위대한 민족정신이 있다. 팬데믹을 뚫고 한국사회, 한인 동포, 교회는 곧 일어날 것이다. 한인사회가 이런 기회에 옆을 돌아보는 따스한 사랑이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Q.조금 외람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절에 지금과 같은 펜데믹이 발생했다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위로를 주고 어떤 말씀을 나누셨을까? A.예수님 시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은 유사점이 있는것 같다. 당시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로마의 압제 하에 있었다. 자유를 잃은 백성들은 시간이 되면 호구 조사를 해야했고, 로마에 세금을 바쳐야 했다. 로마 식민지 하에 매우 어려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고난받는 백성에게 천국에 대한 소망과 이 땅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이땅을 이겨내라고 말씀 하시지 않았을까 묵상해 본다. 그런가하면 땅 위에서도 가르쳐주신 최후 훈련은 사랑의 훈련이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다. 예수님은 소망이 없는 로마시대의 압제 속에도 오히려 사랑으로 돌아보는 삶의 공동체를 기대하셨다. 시대의 아픔을 듣고 눈물 흘리셨겠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침울한 얼굴이 아닌 밝은 얼굴로 ‘내가 너희들을 안다. 하지만 소망은 언제나 있다. 너희들은 하나님의 자녀이니 지금의 어둠을 뚫고 세상의 빛으로 살라’고 말씀 하셨을것 같다. Q.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신도 규모를 놓고 볼때 그 어떤 한인단체보다 훨씬 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종교로서의 역할 외에도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는데, 목사님이 지닌 계획이 있나? A. 팬데믹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지금 더 특별한 과제는 한인사회가 웃을때까지 우리 곁에는 KCPC가 있다는 것을 한인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교회 담장, 울타리를 넘어 한인사회로 나아가 커뮤니티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자 는 ‘For 커뮤니티’를 강조했지만, 팬데믹을 통과하는 현재에는 ‘In 커뮤니티’, 공동체 속에 있는 교회임을 강조한다. 지금까지는 한인사회가 교회를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커뮤니티 속에 함께 있기 때문에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를 알고 채워주는 교회를 지향한다. 일례로 한인 복지 센터를 통해 사랑 나눔을 실천해 왔다. 또한 백신 프로젝트를 통해 3천여명(교인 포함)한인들과 팬데믹을 함께 했다. 특히 영어가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려움 겪고 있는 한인들의 상담 요청도 많았다. 일방 상담소가 있어도 교회에 요청해 오는 분들이 많았다. 노숙자 사역도 해오고 있다.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일반적 영역에서 한인 사회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든지 홀로 외로워 마시고 교회를 찾길 당부드린다. 신앙적 영역의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하나님 앞에 우리를 발견할 때 가장 근본적 해결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Q. 와싱톤중앙장로교회가 다른 소규모 미자립 개척교회를 많이 돕는 모습은 한인사회 칭송이 자자하고 다른 지역 한인 기독교계에도 귀감이 되고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이 사업을 하시는지? A. 마땅히 평소에도 해야 할 일이다. 특별히 팬데믹 상황에서 기도하기를 한 교회라도 팬데믹으로 인해 문 닫는 교회가 없게 해 달라는 기도를 늘 한다. 교회 성장의 정의는 워싱턴 전지역 교회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 지역 신앙인들이 증가하는 것. 그것이 교회의 성장이다. 그런면에서 우리 교회 뿐 아니라 옆의 교회도 잘 세워지도록 돕는 것이 결국 하나님 나라의 성장이다. 교회 렌트비 지원과 목회자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문 닫은 교회는 없는 것으로 안다. Q. PCA 한인 노회 차기 회장직에 선출되셨는데 계획이 있으시다면? A. PCA 모든 교회와 목회자들이 노회를 통해서 고향같은 따스한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서 얻은 힘으로 목회를 효과적으로 행복하게 하셨으면 좋겠다. 그 일을 위해 산파 역할을 하겠다. 나아가 PCA교단 뿐 아니라 지역의 다른 교단들도 함께 비상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목회자들이 함께 교육하고 훈련하는 일, 그리고 목회를 공유하고 나누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Q. 한인1세와 2세 간의 갈등과 융화, 이런 문제는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한인교회에서도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목사님은 어떤 해결방안을 지니고 있나? A. 1세가 해야할 일이 있고 2세가 해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1세는 2세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품어야 한다. 1세의 시각으로 2세를 보면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우리는 안 그랬는데” “고생해서 키웠는데” “한국사람이 왜 그래” 등은 1세의 편견이다. 1세는 끊임없이 어머니의 심정이 필요하다. 양보를 해야 할 사람은 1세. 그것이 엄마의 마음이다. 2세들은 어차피 생각과 문화 정서가 다르다. 건너기 어려운 다리다. 그때 1세는 배려해야 한다. 아울러 2세는 1세를 향한 존중이 필요하다. 문화가 다르고 정서가 다른 것은 그저 ‘다른 것’ 뿐이지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1세가 ‘배려’라는 단어를 쓴다면 2세는 1세에게 ‘존중’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2세가 한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미국사람도 한국의 우수성을 칭송하고 배우려 하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시대인데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 2세는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를 가진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자긍심을 덜 갖는것이 안타깝다. Q. 한인 사회에 바라는점이 있다면? A. 행복바이러스가 넘쳐 기쁨의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특별히 하늘의 소망을 담고 있는 교회가 앞장 서 한인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이 이 일을 주도했으면 한다. 언론의 사명은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또 중요한것은 언론으로 인해 읽는 사람의 마음이 날카로워지고, 차가워지고, 매서운 눈을 가지게 되면 인간사회가 무너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뉴스는 문제를 얘기한다. 사람들의 관심이 거기 있기 때문에 풀어주는것은 좋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굉장히 다를 수 있다. 분쟁을 보도하는 것과 사람 마음을 조장하는것은 다른 문제다. 잘못하면 독재시대의 언론조작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언론이 따스한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해주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사이 행복과 아름다운 미래, 그리고 소망이 있는 내일을 제시해 주는 기능에 언론이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한인사회 포스트 한인사회 어르신 서부지역 한인교회 우리 한인사회